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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자 칼럼 - 나이 일흔에 만난 세종 2] 성은을 넘어 왕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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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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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자 칼럼 - 나이 일흔에 만난 세종 2]

성은을 넘어 왕처럼 살기

「일흔에 세종을 만나, 죽기 전까지 할 일의 가닥을 잡았다. 동참자가 늘어나 ‘시니어 세종 소사이어티’를 이루고 싶다.」
지난번 첫 칼럼이 나가면서, 약력 몇 줄에 혼잣말처럼 덧붙인 이 말이 뜻밖에도 관심을 끌었다. '시니어 세종 소사이어티가 궁금하다', '거기 멤버 요건이 어떻게 되는가?' 실버타운, 이를테면 노주현 씨 같은 유명 연예인이 세컨드 하우스로 선택해서 화제가 된 마곡동 시니어 레지던스 같은 곳을 혹여 염두에 두었을까? 잠깐 질문의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세종실록을 함께 읽는 사람이면 되지.”


가끔, 20~30대 청년이 세종 공부를 하기 위해 우리 강독 반에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경로로 연이 되어 ’세종 문회” 모임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 친구들은 한결같이 예의 바르고 공적인 일에 관심이 많으며 자기 의견이 뚜렷하다. ‘MZ 세대’, ‘요즘 애들’ 하며 한 데 묶어 평가하는 어른들이 되레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특한 이들을 보면 참 선견지명이 있는 젊은이, 혹은 주변 사람을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인연이고 결국 그게 실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죽기 전까지 성장하는 삶 

세종실록 공부하기 딱 좋은 때가 있다. 한참 학교 다닐 시기, 직장 혹은 사업에 전념하고 육아, 가사에 매여있는 시간도 다 끝이 있다. 죽기 전까지 끝나지 않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배우는 일이다. 그래서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이라 하지 않는가. 요즘은 시대 정신에 더 부합하는 장수학습(Long-life Learning)이라는 용어를 쓴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배운다는 수동적 의미를 넘어 내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경영하고 성장하면서 ‘이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애들 유치원처럼, 퇴직 후 2~3년 세종실록을 공부하는 지역 도서관 프로그램을 상례화 하면 좋겠다. 서울은 ‘50+센터’가 거의 구 단위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 프로그램으로 ‘세종실록 강독“반을 운영하도록 강력히 권장하려고 한다. 나의 진실한 바람이 힘일 뿐 뾰족한 뭔 수가 있는 건 아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를 믿어 보기로 한다.

세종대왕은 즉위 14년 해에 양로연을 베풀 것을 처음 의논한다. 추석 즈음에 행사를 열도록 하고 신하들과 일을 추진해 가는 과정이 하도 자세하고 정중하여 깨우치는 바가 많다. 사대부, 서민, 천민을 두고 차별을 두거나 제외하려는 신료들의 의견에 대해 임금의 입장은 분명하다.

"양로(養老)하는 까닭은 그 늙은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고, 그 높고 낮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니, 비록 지극히 천한 이라도 모두 들어와서 참예하게 하되, 다만 장죄(贓罪)를 범하여 얼굴에 자자(刺字)한 자는 참예하지 못하게 하라."

또한 양로연 당일 노인을 맞이할 때, “내가 자리에서 내려서서 기다리고자 하는데 어떻겠는가.”하고 상의했다. 노인을 대접하는 예 하나하나 예사로 넘기는 법이 없었다. 실제 양로연 당일에는 “임금이 근정전에 나아가 양로연을 베푸는데 여러 노인에게 명하여 절하지 말라 하고, 4품 이상이 차례로 올라올 때 임금이 일어나서 맞았다.” 라는 실록 기사를 볼 수 있다.

나를, 서로를 귀하게 여기기

이토록 실무적이고 정무적이기도 한 임금의 자세와 질문은 어디에서 나올까? 세종대왕의 양로연 제안과 진행 과정을 보면서 21세기, 노인과 환대문화, 노인과 사회 복지제도, 정책 등을 생각해 본다. 세종은 ‘양로하는 까닭은 그 늙은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고, 그 높고 낮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나 명료하게 이 시대 “늙은이”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기준 삼기 마땅한 금과옥조랴! 나를, 서로를 귀하게 여기자. 예전에 높았는지 낮았는지 그거 들먹이고 화제 삼지 마시라. 지금, 남아있는 나날을 의미있고 즐겁게 살자. 내가 세종처럼 해보면 어떨까.

인생 후반 혹은 퇴직 후, 젊어서 하고 싶었던 일, 국내 해외여행 등 취미생활을 찾아 한동안 몰입하는 시기가 있다. 여기저기 영혼 없이 기웃거리기도 한다. 마음 가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다. 그래도 내 인생의 루틴은 몸과 마음이 건전할 때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으면 평생 자산이 된다. 매일 걷고 산책하는 일만큼이나 중대한 내 몸 길들이기, 책을 읽고 배우는 일이 특히 그렇다. 세종실록 공부는 그런 습관을 키우면서 사람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예술같은 배움과정이다. 배울수록, 반복할수록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새로워진다. 

늙어서 배우기를 좋아함은 촛불을 들고 어둠을 밝히는 것과 같다

‘장수 학습을 위한 필수 교양서 1.0’을 꼽으라면 단연 세종실록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일단 입문하기만 하면 알아서 2.0, 3.0으로 가는 길이 절로 열린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 무엇이든, 세종의 방식을 접하다 보면 나름의 통찰과 지혜가 샘솟는다. 우리가 실록을 배우는 이유는 세종처처럼 생각하고 세종처럼 행동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저마다 삶의 왕이자 신하이며, 동시에 어떤 조직의 일원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의 말씀처럼 “사람은 저마다 한 가지 재능이 있는 법(人各有一才)”이니, 그 재능을 서로 나누고 연결한다면 누구나 가치 있고 쓸모 있는 노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의 인사 방침을 보면 젊은 집현전 학사로부터 고령의 정승 판서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70대 80대 노련한 신하들은 본인이 물러나고자 해도 윤허하지 않고 끝까지 옆에 두었다. 세종대왕이 일깨워준 것이 바로 70대 80대에도 일하라는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하라는 것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세종실록을 읽으면 어느 지점에선가 깨달음이 온다. 허무맹랑한 의욕이 아니라 감당할 만한 의욕이 생긴다.


사랑방에서 세종공부 어떠한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 세종실록을 공부하는 재미있는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 장수학습의 최고 스승 세종대왕을 찾아가는 것이다. 세종 소사이어티 멤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연결되면 삶이 풍요롭다. 사람을 어떻게 쓰고 대했는지. 군사를 언제 어떻게 일으키고, 백성의 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떻게 펼쳤는지. 질문하고 의논하고 소통하면서 비전을 공감하고 칭찬과 감사를 아끼지 않은 왕. 참고 인내하는 왕. 신기하게도 나이 들수록, 혼자 살수록 세종의 방식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된다. 우리 모두 노년에는 왕처럼 사는 것이 맞는가 보다.


“어려서 배우기를 좋아함은 해가 막 떠오를 때의 햇살과 같고, 장성하여 배우기를 좋아함은 한낮의 햇빛과 같으며, 늙어서 배우기를 좋아함은 촛불을 들고 어둠을 밝히는 것과 같다.”

 세종이 명하여 정인지 등이 편찬한 책 ‘치평요람’에서 한 대목 가져왔다. 배우기를 좋아함, 호학(好學); 세종실록 공부가 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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