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나는 경기도 여주시 주민이 되었다. ‘여주의 힘’에는 세종대왕의 기운이 은연중 스며 있는 것이 아닐까. 여주 하면 영릉, 영릉 하면 세종대왕, 세종대왕 하면 박현모 교수. 대략 이렇게 연상되기 마련이다. 물론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전공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세종실록을 읽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60대 후반부터 고전 공부에 재미가 붙더니 태종과 세종으로 관심이 이어졌고, 결국 여주에서 세종대왕 연구의 대가를 만나게 되었다.
여주대학교 박현모 교수 연구실을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벽면을 가득 채운 멋진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와서 마침내 일을 이룬다(待人而成).”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세종 말씀 박현모 가려 뽑고 영묵 씀”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이 작품에 단박에 매료되었다. 속으로는 ‘바로 이 말이야!’ 하고 외치면서. 해마다 세종실록에서 한 말씀을 뽑고, 한글 서예의 대가 영묵 강병인 선생이 작품으로 만들어 세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참으로 품격 있는 신년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새해가 다가오고 있었고, 다음 해의 말씀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연결하라(紹述先志).” 세종의 말씀은 마치 주술처럼 다가왔고, 동시에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WWW(World Wide Web). 연결하라. 사람이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2년 과정 4학기로 편성된 ‘세종실록 강독’에 합류했다. 마침 4학기가 시작되려던 때였다. 새 기수까지 8개월을 기다리는 대신 4학기부터 먼저 수강하기로 했다. 격주로 밤 8시부터 11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이렇게 열렬하고 흥미진진한 수업이 또 있을까. 역시 세종대왕의 하루하루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